바퀴가 많은 차량을 좋아합니다.
2005년에도 이런걸 보면서 하악거리고 있었으니까요...
특이한 조향장치 정보입니다.. 이런 방식이 존재하긴 하는군요.. - Brickinside
그리고, 레고 자동차 제작에는 '타이어' 라는 아주 몹쓸 핸디캡이 있습니다.
껍데기야 어떻게든 부품을 더 발라서 크게 만들거나 작게 만들거나 할 수 있는데...
원론적으로 실제 구동능력을 갖추면서 비율을 살리기 위해선 '적당한 실차느낌의 바퀴' 가 제공이 되어야 합니다.
'유니모그' 가 그랬고, '배트맨 텀블러' 가 그랬습니다.
실차의 바퀴느낌을 살리는 전용 타이어가 나오기 전까진 동 스케일의 재현모델을 보기 힘들었지요.
텀블러 바퀴를 안쓴 텀블러... 아래 이미지를 한번 보십시오. 앞바퀴때문에 느낌이 확 죽어버리지요? (어떤녀석이 만든건지 ㅎㅎㅎ)
아뭏든, 그렇게 레고에서 '타이어' 의 존재 유무는, '만족스러운 대상 차량' 선정에 큰 영향을 주곤 합니다.
그리고, 테크닉 차량을 좀 만져보신 분들은 느끼셨을 수 있지만, 레고에서 '광폭' 이 아닌 '협폭' 타이어는 생각보다 많지 않습니다.
'뚱땡이 바퀴' 가 넘쳐난다는 뜻입니다. 지름 대비 폭이 지나치게 넓은 것들...
그래서 그런 타이어를 지름 떄문에 선정하고 나면, 앞에서 보이는 바퀴 모양새도 많이 불만족스럽고, 결정적으로 커진 부피때문에 휠베이스나 샤시 디테일 작업에까지도 영향을 미치곤 합니다.
그래서 만들어보고 싶다 생각만 하며 보류한 여러 가지 개인적인 프로젝트들......
얼마 전 이런 제품이 출시되었습니다.
어? 지름이 81.6 ??? 내가 좋아하는 '준 빅사이즈 바퀴' 인데... 얇다??
맨 좌측이 42016에 사용된 81.5 지름에 '폭 29' 타이어.
2, 3번째는 지금 멸종된 중생대말기 테크닉 8448 / 8880 의 '폭 34' 타이어, 심지어 2번은 스포츠카 컨셉으로 휠을 키웠던 모델이라 타이어 단면높이도 매우 낮아서 오프로드차량 디자인에는 완전 부적합.
4번은 비교적 최근에 나온 레이싱카 42000, 폭은 36으로 더 늘어남. 5번은 폭 38까지 늘어나고 바퀴패턴이 벌룬형이라 공사차량 외엔 무쓸모... 6번은 배트맨님만 좋아하시는 바퀴...
1번인 저 바퀴가 나오지 않았다면 이 창작은 고려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차대를 아무리 이쁘게 만들어도 바퀴에서 다 말아먹고 만들면서 계속 불만에 가득쌓여 애정을 줄 수 없었을테니까요.
그러나, 바퀴가 나오고, 얼씨구 비율 좋고.. 어라? 패턴무늬도 좋네???
42160 모델이 '최초의 아우디 전기 랠리카' 라서 오프로드 험지주행을 목표로 튜닝되었다고 하던데.. 때마침 바퀴 패턴까지도 딱 오시코시 M977 의 그 패턴에 딱 맞아떨어집니다.
아아 이것은 만들라고 하늘이 압박을 주는 거시구나...
이 차량은 아마 어지간한 밀덕이 아니고서야 잘 못보셧을만한 차량입니다. 그도 그럴것이 한국군 제식차량이 아닌, '미군 제식차량' 이기 때문입니다.
군대 유경험자들이라도 미군부대 혼성편제 훈련같은걸 당해보지 않았다면 실물로 볼 일이 거의 없었을수도 있는 녀석이죠.
그나마 이녀석이 좀 우리나라 매스컴을 타게 된 건.. '사드' (THAAD / 미사일 방어체계 미사일이동차량) 뉴스에서 종종 등장했다는 것...
차량에 대해 약간 더 부연하자면, 82년부터 도입되었으며 적재량 16.5톤 급의 다목적 수송차량으로,
최대 22.5톤까지도 적재 가능하며, 16톤급 화물을 탑재하고 515마력 엔진으로 600리터에 달하는 연료를 먹으면서 480킬로 가까이 주파 가능한 괴물입니다.
심지어 최대시속 100km 까지 나온다고 하는군요.
기본 트럭 형태 외에도, 유조차, 미사일 견인차, 구난차,. 탄약운반차, 이동형레이더, 교량가설차 등, '힘쓰는 차' 가 필요한 곳 어디서나 써먹는 녀석입니다.
이렇게 멋지고 아름다운데....
만들어야짓!!!
사실 만들게 된 계기는
제 2회 DASAN 레이싱 대회(오프로드 레이싱) 참가신청 - Brickinside
때문입니다. ㅎㅎㅎ
테크닉쟁이들끼리 모여 으쌰으쌰 하며 꾸린 '다산 팀'.... 거의 십여년간 같이 놀면서 추억도 많이 만들었지만, 작년의 레이싱 대회는 다산팀이 아닌 '테크닉 동호인' 들까지 받으며
참으로 신나게 놀았지요.
2회를 한다는데.. 어??? 도로주행이 아닌 오프로드라고??? 산악 / 험지 라고???
그러면 정말이지 m977 같은걸 해서 들고나가봐야겟는걸... (몹쓸 의식의 흐름)
그렇게 만들게 되었습니다.
썰이 길었네요.
일단 이녀석 구동계의 특징은 '4축 8륜구동 / 4륜조향' 입니다.
앞쪽 1번축과 2번축은 서로 인접해있고, 중간이 벌어져있으며 뒤쪽 3번축과 4번축이 또 인접해 있습니다.
그리고, 조향은 1번축과 2번축에 적용됩니다.
딱 봐도 구동계가 복잡합니다.
실제 엔진의 위치는 운전석 뒤쪽 (높은 곳) 에 위치하며 여기에서 약 20도 정도의 사선으로 차대 중앙으로 동력이 전달되고,
차대 중앙에서부터 앞/뒤로 동력이 분배되어 2번축과 3번축이 먼저 구동되고 여기에서 다시 뻗어나간 동력축이 최종 1번축과 4번축까지 구동시키는 구조입니다.
엔진을 운전석 뒤로 배치하자면 '모터' 도 비틀어야 한다는게 우선 가장 큰 문제... 게다가 저렇게 가면 축이 3갈래가 되므로
유니버셜 조인트의 남발로 인한 동력손실도 더 커질것이 우려...
고민 끝에 모터는 차체 중앙 빈 공간에 배치하는 것으로 합니다.
1차로 중앙 단일 모터 구동을 테스트해봤는데 그럭저럭 만족스러웠고, 2차 수정버전에서는 모터를 두 개 장착해서 각각 전륜탠덤 / 후륜탠덤을 구동시키게 했습니다.
구동용 모터는 레고 순정모터 중 가장 사치스러운 스펙의 'RC 블랙 모터' 를 두 개 사용했습니다.
사치스럽다는 뜻은 '가장 빠른 토크대비 속도' 를 위해 '가장 비효율적인 전성비' 를 보이는 모터이기 때문입니다.
어느정도로 심하냐면, 구 파워펑션 수신기같은 경우는 이 모터를 돌리다가 기절을 해버립니다.
모터가 빨리돈다 > 전류를 많이 빨아먹는다 > 컨트롤러에 전류한계치를 초월해서 빨아먹고, 일시적으로 컨트롤러가 저전압으로 리셋된다 > 모터가 멈춘다 > 전기가 정상화된다 > 컨트롤러가 살아난다 > 다시처음으로...
라는 어이없는 시퀀스를 보여서, '몇몇 특정한 컨트롤러' 를 쓰지 않는다면 정상 운용이 불가능한 지경의 모터이지요.
그딴걸 왜 쓰냐고요?
빨 라 서
어느정도로 빠른지 궁금하신 분은 아래 링크를 클릭해서 보시면 되겟고요.
LEGO 9V Technic Motors compared characteristics (philohome.com)
스펙상으로는 24종의 레고 모터들 중 속도로는 4위이지만 속도 1, 2, 3 위 모터를 토크로 발라버리고 (속도 1/2/3위 모터들의 토크 대비 4배 이상의 토크)
토크로는 24종 중 8위이지만 토크 1~7위까지 모터들의 속도 대비 3~4배 속도를 보여줍니다.
즉 매우빠른 돼지.
이것보다 빠른 모터도 있고, 이것보다 힘쎈 모터도 있지만, 이것보다 '빠르고 힘센' 모터는 없습니다. ㅎㅎㅎㅎㅎㅎ
물론 이런 능력을 받았다면 저주도 받아야지요.
소비전류는 다른 모터들이 보통 mA 대에서 1A 정도를 오가는데 혼자서 3.2A 까지 올라가버리는 정신나간 소비력...
그러니 보통의 레고 컨트롤러는 이녀석을 돌리다가 기절할수밖에...
'BUWIZZ' 나 8475 버기의 순정 RC수신기 정도 되어야 감당이 됩니다.
아뭏든, 그런 이유로 실제 차량의 엔진이 장착될 곳에는 'BUWIZZ' 사제 배터리박스가 탑재되고, 여기의 파워펑션 전력단자 두 개를 각각 RC 블랙모터 두 개에 연결해서 전륜쌍과 후륜쌍을 제어하는 것으로 컨셉을 잡습니다.
모터는 이와같이 비대칭에 아주 요상하게 생겨먹어서... 밸런스 맞추기도 좋지 않은데 두 개를 마주보게 배치해서 '모터 모듈' 을 만들어 차량 중앙에 배치하는 것으로 해결했습니다.
모터 두개를 썻지만 개념적으로 '엔진 하나' 이므로, 모터1과 모터2에서 각각 뻗어나간 축은 같은 방향으로 회전 (즉 모터 하나는 반전구동) 하는 것으로 잡았기에,
바퀴가 같은 방향으로 회전하기 위해서는 2번축과 3번축의 차동기어 (디퍼런셜) 방향은 반대로 바뀌어야 합니다.
그림에서는 2번 차동은 위를 향하고, 3번 차동은 아래를 향한것을 볼 수 있습니다.
여기에서 다시 1번축과 4번축으로 동력을 또 전달해주고, 한 번 더 차동기어 방향을 반대로 바꾸어, 네 개의 축이 전부 '같은 방향으로 구동' 할 수 있게 설정합니다.
또한, 험지주행이 컨셉이라 각 축별 서스펜션이 개별 작동하도록 축 단위로 구동계를 모듈화하고, 각각 서스펜션과 링크 구조를 추가해서 비틀림과 충격흡수, 노면접지력 향상을 꾀했습니다.
그렇게 구현된 구동계통의 단면 (이해를 돕기 위해 절반 부품이 삭제된 이미지 사용)
또한, 실제 차량처럼 전륜 1번축과 2번축은 '조향' 이 적용되어야 하는데요. 대충 만들려면 대충 할 수도 있으나, 실제 이런 다륜 조향차량의 경우 1번축과 2번축의 조향각이 약간 다르게 작용합니다.
바로 아래와 같이, 차축에서 바퀴 단면 기준 직각의 법선을 연장하면 어느 한 지점에서 만나게 되는데요.
만약 1번축과 2번축이 같은 각도로 꺽이게 된다면, 꺽이지 않는 3번축의 연장선과 1번축 연장선이 만나는 지점, 그리고 3번축과 2번축 연장선이 만나는 지점이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이 점이 일치하지 않게 되면, 차체가 회전할 때 어느 한 바퀴는 온전히 굴러가지 않고 다른 바퀴의 회전반경에 끌려가면서 불필요한 마찰이 발생할 수 있게 됩니다.
이를 위해 실제 다축 조향 차량에서는 각 축별 조향각을 다르게 적용하는 메커니즘이 구현되어 있으며, 이번 차량 창작에서도 1번축은 20T 더블베벨, 2번축은 12T 더블베벨을 적용하여
조향축을 90도 회전(90 / 360 = 1/4) 할 경우 1번축은 20 / 4 = 5톱니만큼 조향, 2번축은 12 / 4 = 3톱니만큼 조향으로 랙기어 이동양이 달라지게 적용해 보았습니다.
아래는 각기 다른 조향각이 적용된 1번축과 2번축, 그리고 조향되지 않는 3번축의 연장선을 기준으로 대략적으로 계산한 차량 회전 반경입니다.
이런 삽질을 고민하며 만들어진 차량은... 참으로 검정 일색의 테크닉 패널들 덕분에 뭘 알아볼 수 없는 검둥이가 되어버려서,
렌더링 이미지로라도 가상의 색을 구현하여 조금 가시성을 높여 보았습니다. (실제 차량은 온통 시커먼 배트맨 텀블러같은 느낌입니다. ㅠㅠ)
스페어 타이어와 장식용으로 장착한 뉴매틱 탱크 외에는 다른 장식은 적용하지 않았고, 운전석도 과감한 생략으로 겉모양만 구현했습니다.
핸들도 없네요. (완전자율주행차량 이라고 우기고 싶습니다)
바퀴의 비율 때문에 차량의 느낌이 확 달라져서 좋습니다.
제법 트럭 느낌이 나죠. 작고 아담합니다. 고작 길이 60센치...(응???)
운전석 부분은 테크닉 야매결합으로 약간 장력으로 휘면서 조립이 되긴 하는데 저정도로 굽어보이진 않습니다.
캐드는... 그런 자비가 없어서 몹시도 심하게 왜곡된것처럼 보이는군요.
만든사람 마음이 삐뚤어서 패널이 삐뚤게 조립된건 아닙.... 읍읍읍....
바닥을 메꾸지 않은 짐칸.. 발 빠지기 좋게 생겻습니다.
뭘 싣고 주행할건 아니라 괜찬습니다.
올리브그린 색으로 바꿔보니 한층 더 군용스럽네요.
그러나, 옥스포드도 아니고, 레고에서 이런색 패널을 과연 내 줄까요?
옥스포드에서 이런 패널이 나오는걸 기대하는게 더 빠를까요?
중국 가서 알아보라구요? 어흑~
신나게 만든 이 차량은... 아쉽게도 '지나치게 남발한 유니버셜 조인트 링크구조' 의 내구성 문제가 예상보다 심각하여, 차체를 전면 수정 중입니다.
즉 이 리뷰를 올리는 시점에서는 '더이상 실존하지 않는 버전' 이 되어버렸습니다.
서스펜션과 볼조인트 링크구조를 써서 축의 자유도를 높이면서 구동계 연결을 하려다 보니, 유니버셜 조인트 중 '축 방향 유격' 이 있는 부품이 필요했는데,
역으로 이놈들이 구동하면서 축이 유격하다 이탈해버리는 사태가 발생해서 산악지형 주행에서 힘을 못쓰더군요.
결국 과감하게 원작왜곡 모터배치로 해결하기로 결심하고 캐드 데이터와 렌더링 이미지만을 남겨두고 무참히 분해중입니다.
아, 산악험지주행이 취약해서 그렇지, 평지주행성능과 평지경사로 주행능력은 제법 쓸만합니다.
뒤틀림에 대한 내구성도 제법 나쁘지 않구요.
수정이 완료되면, 새로운 리뷰로 찾아뵙겟습니다. (그땐 좀 더 간결하게 쓸 수 있을거같습니다. ^^;)